중공업과 에너지 산업의 심장 울산, 이제는 콘텐츠 창작의 도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울산은 오랜 시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등 대규모 제조업이 경제의 중심을 이뤘던 이 도시는, 어쩌면 예술이나 창작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울산이 보여주는 행보는 이 같은 고정관념을 서서히 깨뜨리고 있습니다. 거대한 기계의 움직임과 굉음 속에서, 사람들은 이제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고, 드론을 날리고, 고요한 바닷가나 산업단지를 배경으로 브이로그를 찍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울산은 ‘산업’에서 ‘콘텐츠’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지자체, 시민들의 자발적인 시도가 있습니다. 울산은 대규모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지역 내에서 누구나 창작할 수 있는 ‘생활형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단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것을 넘어, 지역 이야기와 산업 현장, 자연환경, 노동과 기술의 결합 등 울산만의 고유한 콘텐츠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시민과 창작자들이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되어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기존 대도시 중심의 크리에이터 지원 시스템과 달리, 울산은 ‘현장’이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이해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에서는 바다와 공장이 콘텐츠가 되고, 일하는 사람의 손길과 퇴근길의 저녁 노을이 이야기가 됩니다. 울산은 콘텐츠를 멀리서 찾지 않습니다. 바로 삶 가까이에서, 울산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시작합니다.

공간은 작지만 가능성은 크다 — 울산형 생활 밀착형 창작 거점
울산의 1인 미디어 지원 사업은 다른 광역시와 비교했을 때 화려하거나 대규모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울산이 선택한 방식은 ‘조용하지만 가까운 곳’에 창작 기반을 두는 것입니다. 울산시는 중구와 남구, 북구 등에 위치한 공공문화공간, 청년센터, 도서관 등을 리모델링하여 창작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형 미디어 제작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울산콘텐츠코리아랩이 조성한 ‘청년 콘텐츠 창작실’은 크지는 않지만 방송용 마이크, 조명, 크로마키 스크린, 편집용 PC 등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예약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여기에 더해 울산남구청과 울산청년센터는 지역 기반의 ‘라이브 커머스 촬영 공간’과 ‘브이로그 촬영 체험실’을 구축하고 있으며, 마을 단위의 작은 창작 허브를 확장하려는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울산의 창작 공간은 일부 특화된 장소에 집중되어 있지는 않지만, 생활 반경 안에서 창작 환경을 제공하려는 철학이 묻어납니다. 단지 유명 크리에이터를 위한 곳이 아니라, 지역 청년, 학생, 시민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방향성은 단단한 울산다운 실용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창작 교육의 핵심은 ‘울산 이야기’ — 지역 기반 콘텐츠 제작 과정 확대
울산시는 1인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단순히 촬영과 편집 기술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울산만의 정체성과 지역성을 어떻게 콘텐츠로 풀어낼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울산형 콘텐츠 기획 워크숍’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울산정보산업진흥원과 울산문화재단이 공동 기획한 과정으로, 울산의 바닷가, 산업 현장, 이주민 공동체, 전통시장 등을 배경으로 브이로그, 다큐멘터리, 인터뷰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보는 실습형 교육입니다.
교육 참가자는 대부분 콘텐츠 비전문가들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 콘텐츠로 지역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콘텐츠 주제 역시 ‘울산의 밤 풍경’, ‘출근길 브이로그’, ‘아버지의 공장 이야기’, ‘울산 현대중공업 사람들’, ‘고래박물관 브이로그’처럼 지역의 삶과 깊게 맞닿아 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는 콘텐츠가 단지 유튜브 채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을 연결하고 재해석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방식을 울산이 택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울산시는 학교 밖 청소년, 경력단절 여성, 중장년 시민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교육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문해력 교육과 콘텐츠 제작 실습이 결합된 이 과정은 기초 스마트폰 영상 교육부터, 실전 편집, 유튜브 채널 개설, 라이브 커머스 실습까지 이어지며, 일부 수료생은 실제 지역 소상공인과 협업해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온라인 판매를 도와주는 파트너 역할로 성장하기도 했습니다.
울산의 교육은 ‘잘 찍는 법’보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것이 이 도시에서 창작이 특별한 이유입니다.
제작비 지원과 콘텐츠 성장 경로 — 울산, 크지는 않지만 정성스러운 지원
울산은 아직 서울이나 경기처럼 대규모의 콘텐츠 제작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울산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또는 소규모 팀에게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은 공공적 가치가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영상, 카드뉴스, 웹툰, 숏폼 콘텐츠 등을 제작하는 창작자들에게 최대 500만 원의 제작비를 지원하며, 기획의 완성도, 지역성과 공익성, 결과물의 확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합니다.
2024년에는 ‘울산 환경 브이로그 공모전’, ‘전통시장 콘텐츠 챌린지’, ‘울산 공장 사람들 다큐 프로젝트’ 등과 같은 지역 특화형 제작 공모가 진행되었고, 실제로 선정된 콘텐츠는 울산시 유튜브, SNS, 시정 홍보 채널을 통해 확산되었습니다.
특히 울산시와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은 ‘소규모 지원이더라도 창작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중시합니다. 단발적인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료 후 멘토링, 추가 공모 연계, 창작 공간 우선 사용, 지역기업 매칭 등 후속 지원을 이어가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점에서 울산의 콘텐츠 지원은 숫자보다 사람과 과정 중심의 생태계 구축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작더라도 깊은 연결을 추구하는 방식, 그것이 울산이 지닌 독특한 창작 지원 모델입니다.
맺음말: 거대한 기계의 도시에서 피어나는 섬세한 이야기들
울산은 조용한 도시입니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기계의 소리와,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이야기를, 울산의 시민들이 스스로 콘텐츠로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대도시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울산은 자기 방식대로 콘텐츠 창작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누구나, 어디서나, 일상의 경험을 콘텐츠로 표현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고, 교육을 제공하며, 지원을 이어가는 울산의 정책은 본질적이고 따뜻합니다.
이곳에서는 유명 유튜버가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구독자 수가 많지 않아도, 장비가 없더라도, 그저 나의 삶을 성실히 이야기할 수 있다면, 울산은 당신을 창작자로 대우해줍니다. 산업 도시에서 창작의 도시로, 무겁지만 따뜻한 전환이 지금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울산은, 당신의 일상이 가장 강력한 콘텐츠임을 알고 있습니다.”